“노벨문학상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담론 형성과 비평 기반이 강화돼야 합니다.”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은 11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를 지낸 그는 지난 8월 임기는 3년의 번역원 원장에 취임했다.
전 원장은 한국 작가들이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데에는 번역원의 도움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이 그런 예다. 그는 “한강 작가는 번역원이 가장 많은 액수를 지원한 작가”라며 “총 10억원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한 작가의 책 76종을 28개 언어로 번역하는 데 8억5000만원, 국제 문학 행사나 도서 전시회에 한 작가를 파견하는 데 1억5000만원가량을 지원했다.
번역원은 한국 문학의 세계적 위상을 더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한국 문학에 대한 해외 담론 형성 △글로벌 문학 네트워크 강화 △번역대학원 설립 등이다.
해외 담론 형성은 한국 문학이 단순히 번역되고 소비되는 것을 넘어 학술적 탐구와 비평을 통해 한국 문학의 깊이와 매력을 세계에 알리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외국 문학 연구자와 번역가, 출판 관계자가 참석하는 포럼을 열고, 현지 언어로 한국 문학을 논하는 글을 쓰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과 해외 문학계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서울국제작가축제 등 국내외 작가, 번역가, 출판인이 협업하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번역대학원 설립은 번역원이 현재 운영 중인 번역아카데미를 대학원 수준의 교육 기관으로 격상하는 방안이다.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 석·박사 과정에 준하는 학위를 제공할 계획을 세웠다.
전 원장은 “번역원이 2008년부터 비학위과정인 번역아카데미를 운영해 왔지만, 학위를 제공할 수 없어 전문 인력으로의 진로를 설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원대학으로 전환하면 학위를 받은 원어민이 본국에 돌아가 한국문학 교수, 번역가, 에이전트 등으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번역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 동안 한국문학의 해외 누적 판매 부수는 약 195만부였다. 지난해에는 54만부가 판매돼 전년도 44만부 보다 23% 증가했다. 작년 1만부 이상 판매된 한국 번역문학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어판을 비롯해 11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