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팬더 푸바오, 배우 김혜자, 유튜버 문상훈…. 지난해 에세이 베스트셀러 상위 10위권 안에 든 책들을 설명하는 키워드다. 한때 '힐링' 열풍이 불었던 에세이 시장이 이제는 '팬덤 구매' 경향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집계 결과, 에세이 출간 종수는 2018년 3070종을 기록한 이후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에는 4074종으로 전년(4109종)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2023년에 총 4136종이 출간되며 다시 증가세를 회복했다.
지난해 에세이 전체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분야는 단연 명사·연예인 에세이다. 배우·코미디언·동물 사육사 등 유명인들의 에세이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해 에세이 베스트셀러 1위와 2위는 모두 에버랜드의 팬더 푸바오를 다룬 사진 에세이다. 3위는 배우 김혜자의 <생에 감사해>가 차지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인 조민,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이자 축구지도자인 손웅정의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도 10위권 내에 들었다.
예스24 관계자는 "계속 하락세를 보이던 명사·연예인 에세이 판매량은 2023년에 전년 대비 21.4% 늘어나며 증가세로 반등했다"며 "<나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 등 힐링 에세이가 주를 이뤘던 2022년과 비교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리 예스24 소설·에세이 PD는 "팬데믹 직후 독자들은 힐링과 자기 돌봄에 중점을 둔 에세이에 많은 관심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적극적인 감정적 이입을 통해 위안과 영감을 찾는 트렌드로 변화하는 추세"라며 "기존에 노출이 있었던 저자일수록 그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이 독자에게 더 쉽게 감정적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도 유명 작가들의 에세이 신작이 연이어 출간되는 중이다. 김 PD는 이달 주목할 만한 에세이 신작 3권을 꼽았다. 박완서 작가의 첫 산문집이자 대표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제목과 장정을 바꾼 개정판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정호승의 시와 그 뒷이야기를 담은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이제니 시인의 첫 산문집 <새벽과 음악> 등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