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세상을 바꿀 수는 없으나 아무리 미약한 빛이라도 세상을 비추도록 도울 수는 있습니다. 진실이 제게 다가와 '애나, 지금이야. 해야만 해'라고 말한다면, 도전하고 저 자신을 바꾸면서 그리할 것입니다.”
제8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을 받은 북아일랜드 소설가 애나 번스는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수상 소감을 말했다. 1962년생인 번스는 오랫동안 무명에 가까웠지만 2018년 세 번째 장편 <밀크맨>으로 북아일랜드 출신으로는 처음 영국 부커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960∼1990년대 북아일랜드 유혈 분쟁 시기인 ‘트러블’을 경험한 번스는 종교 분쟁과 혐오, 폭력으로 삶이 황폐해지는 당시의 모습을 소설에 담아왔다.
번스는 “북아일랜드는 분쟁의 시기를 겪었고, 한국 역시 분단의 아픔을 겪었다”며 “이런 공통점으로 인해 수상이 더욱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또 “이호철 작가는 평생 수많은 위험과 고난, 슬픔을 겪었고 평화와 용기의 상징으로 알고 있다”며 “암울한 시기를 거치며 직접 글을 써보겠다고 생각한 것이 나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에 대해 “두 작품을 읽어봤고 세 번째로 지금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있다”며 “아주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소년이 온다>를 두고 “잔혹함과 증오를 매우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잘 묘사했다”고 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한 김멜라 작가도 이날 자리를 함께했다. 장편 <없는 층의 하이쎈스>와 소설집 <적어도 두 번> 등을 펴낸 김 작가는 “없는 사람, 없는 존재로 여겨지는 세상의 소수자들, 지난 시절의 뼈아픈 단락을 없던 일로 애써 덮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 저를 포함한 그들에게 미약하게나마 위안의 말을 건네고 싶었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서울 은평구에서 50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해온 고(故) 이호철(1932∼2016) 작가의 문학 활동과 통일 염원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7년 은평구가 제정했다.
임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