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목부터 압도적인 코미디적 기운을 뿜어내는 <아마존 활명수>는 부채표 활명수 (관계가 없지는 않으나) 가 아닌, 어쩌다 아마존에 파견되는 (전) 활의 명수, 조진봉의 인생 역전을 다루는 영화다. 영화는 국가대표 양궁 선수 출신의 ‘진봉’ (류승룡)이 회사가 기획하고 있는 금광 채굴 프로젝트를 위해 볼레도르로 파견되면서 시작 된다. 금광 채굴을 허락 받는 대신, 진봉은 볼레도르의 선수들을 곧 한국에서 열릴 양궁세계대회에서 메달리스트로 등극시켜야 한다.
코미디 영화라는 정체성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아마존 활명수>의 이야기적 설정은 다소 과하다. 특히 금광 채굴권을 따내기 위해 양궁을 가르쳐야 한다는 설정, 그리고 이를 위해 볼레도르의 원주민을 트레이닝시키게 되는 계기 등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다. 코미디 장르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과장’이 공감을 흐릴 정도로 과도한 케이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인 것은 ‘아마존’이라는 뜬금없는 설정이 구현되는 실제 아마존 배경이 이 영화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는 사실이다. 지난 한국 영화에서 미지의 나라가 종종 세트장이나 한국의 시골 등에서 재현되는 것이 관습이었다면 <아마존 활명수>에서 펼쳐지는 아마존의 가공되지 않은 스펙터클은 감탄스럽다. 로케이션의 리얼리티를 살려내는 방식에 있어서 영화를 연출한 김창주 감독의 장기가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전작 <발신제한> 에서 부산이 그러했듯, 김창주 감독은 지역색과 공간이 가진 고유한 지형, 그리고 비주얼을 첨예하게 잡아내고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이를 위해 그는 사전 답사를 포함 7개월의 브라질 로케이션 촬영을 준비했으며 제작, 촬영, 미술, 그립, 조명 등을 포함 40여 명의 현지 스탭들을 기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지 스탭들의 이름은 이러한 노력의 증표이자 자취이다.
문제는 로케이션의 매력을 듬뿍 담았던 아마존 시퀀스들이 끝난 이후다. 세계양궁대회에 도전할 3명의 원주민이 한국으로 입성하면서 펼쳐지는 영화의 중, 후반부는 다른 문명에서 온 외국인이 일으킬만한 지극히 상투적이면서도 억지스러운 에피소드들로 채워진다. 가령 이들이 호텔에 들어가는 법을 몰라 벽을 타고 올라가는 설정, 그들을 납치한 조폭 멤버 중 가장 뚱뚱한 조직원을 원주민이 멧돼지를 달랠 때 사용하는 휘파람을 이용한다는 설정은 코믹하지도, 영리하지도 못하다.
결론적으로 <아마존 활명수>는 실패한 코미디이다. 적어도 20대 이상의 성인 관객들에겐 그렇다. 판타지에 가까운 코미디적 장치들, 그리고 상황들은 어쩌면 영화의 메인 캐릭터인 원주민 선수들의 나이를 낮추어 어린이로 설정했다면 어린 관객들에게 더 어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비슷한 맥락에서 캐리커처에 가까운 배우들의 연기 역시 톤이 과하다.
이러한 과한 톤은 류승룡 배우의 초반 시퀀스에서 더욱더 두드러져서 영화의 기대감을 약화시킨다. (적어도 흥행면에서) 관객들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이 수려한 코미디로 평가를 받았던 이유는 재치 있는 상황들과 대사, 그리고 그것을 적당한 톤으로 전달한 배우들, 특히 주연 류승룡 배우의 유연하면서도 과중하지 않은 톤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영화에서 이러한 과장된 모드가 감독의 의도였다면 그는 배우 류승룡의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난 앞서 언급한 <아마존 활명수>의 진정성에 무게를 더 두고 싶다. 수행해야 할 상황극이 과장이든 상투적이든, 배우 류승룡은 시종일관 열정적인 연기와 태도를 보여준다. 영화가 끝나는 마지막 씬에서는 장장 2시간여 동안 (러닝타임 기준) 그가 보여준 열정과 최선에 숭고함까지 느껴진다. 또한 감독 김창주의 쉽지 않았을 도전에도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가 아마존에 만들어 놓은 하나의 길은 누군가에게는 가이드라인으로, 누군가에게는 교본으로 한국 영화에 적지 않은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마존 활명수>는 실패한 코미디일진 모르겠지만 분명 성공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 '아마존 활명수' 메인 예고편]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