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을 거의 가득 메운 관객석에서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영화 속 코미디 설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웃음은 안도의 웃음이자, 기대의 웃음이다.
위의 상황은 지난 6월 11일에 있었던 '핸섬가이즈'의 언론배급 시사회의 풍경을 한 줄 요약한 것이다. 살벌하게 생긴 (?) 두 남자의 좌충우돌을 그린 이 코미디 영화는 어쩌면, 아니, 거의 확실히, 최근 한국 상업영화의 대참패 ('설계자', '원더랜드')를 만회해줄 구원자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영화 '원더랜드' 뉴스] AI 남친에 빠진 '원더랜드' 수지, "실제 이런 서비스 있으면 써볼 것"
남동협 감독의 장편 데뷔작 '핸섬가이즈'는 2010년에 개봉한 미국·캐나다 합작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 (엘리 크레이그)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호러의 클리셰와 관습을 재치 있게 활용한 이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에 초청됨과 동시에 관객과 평론가들에게도 호평받았다. 한국판 리메이크 '핸섬가이즈' 역시 이야기와 장르에 있어 전작의 기본 골자를 따른다. 영화는 험한 외모를 가진 덕에 어디 가나 오해받는 ‘재필’ (이성민)과 ‘상구’ (이희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재필과 상구는 목수 일을 하며 건실하게 살아가는 청년들 (놀랍게도 이 영화에서 이성민 배우는 79년생으로 등장한다)이지만, ‘흔치 않은 외모’로 늘 사람들에게 오해와 차별을 받는다. 그들은 모아 둔 돈으로 시골에 버려진 저택을 사서 새로운 전원생활을 시작할 것에 들 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역시 그들의 발목을 잡는 ‘외모’로 이사 첫날부터 동네 경찰 ‘최 소장’(박지환)과 ‘남 순경’(이규형)의 특별 감시 대상이 된다. 간신히 오해를 풀고, 새집에 안착하지만 물에 빠질 뻔한 ‘미나’(공승연)를 구해주려다 오히려 납치범으로 오해받는 상황이 이어진다. 한편 돌아오지 않는 미나를 찾으러 그녀의 친구들이 저택을 습격하고 지하실에 봉인되어 있던 악령까지 깨어나면서 대살육 잔치가 벌어진다.
'핸섬가이즈'는 모범적인 리메이크의 전형을 보여준다. 리메이크는 전작에서 무엇을 가져오느냐도 중요하지만, 시대와 국가를 고려해 어떤 요소를 쳐내고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더 중요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해외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경우 한국의 배경과 특성을 고려해 변주하는, 이른바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이 작업의 중추가 된다. 코미디 장르의 경우, 각 나라마다의 웃음 코드를 고려해야 하는 문화적 변주는 더더욱 중요한 이슈다 (이재규 감독의 '완벽한 타인'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성공한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핸섬가이즈'는 원작의 키 컨셉인 주인공들의 외모가 빚는 해프닝들, 그리고 그 이후의 상황들을 적절히 옮겨 오면서도 그 외 설정과 (예를 들어 캐릭터 중 한 명이 영어를 못해 벌어지는 에피소드) 이야기들을 철저히 한국화, 혹은 토착화함으로써 원작을 넘어서는 재미와 쾌감을 빚어낸다. 이는 앞서 개봉한 리메이크 영화 '설계자'가 이뤄내지 못한 성취이기도 하다.
▶▶▶[영화 '설계자' 리뷰] 이럴 거면 리메이크를 왜 했나...실패한 상업영화 ‘설계자’
'핸섬가이즈'는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의 만족을 주는 상업영화다. 이야기의 각색과 캐릭터 설정에 있어 창작자의 고민과 사려가 느껴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성민과 이희준을 필두로 한 배우들 (박지환, 이규형, 공승연)의 연기 앙상블 역시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다. 영화는 6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시 말해 영화는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의 입새에 공개가 되는 것이다. 이 영화가 지난 두 편의 한국 영화의 흥행 실패, 그리고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는 앞으로의 대작들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는 현재 위태로운 한국 영화 산업과 극장가에 매우 중요한 이슈다.
공개된 결과물로 감히 예측하자면 (간절한 바람을 얹어서) '핸섬가이즈'는 넓은 관객층을 흡수하고도 남을 (오랜만에 탄생한) 오락영화다. 스펙터클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야기적 구성, 구태의연한 대사와 캐릭터의 범람을 보여주었던 지난 한국 영화에 실망한 관객들에게 분명 짜릿한 터닝 포인트를 선사해 줄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진심으로 응원하고픈, 그리고 스코어를 기대하게 하는 작품을 만났다. 이제는 관객들이 활약해 줄 차례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