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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자가 지목한 미국 빈곤의 '원흉'이 진짜일까 [WSJ 서평]

안시욱arte
2023.04.27
2300
THE WALL STREET JOURNAL 서평

미국이 만든 가난(Poverty by America)

매튜 데스몬드 지음
크라운 / 304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964년 미국의 36대 대통령 린든 존슨이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 후 미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빈곤선보다 낮은 비율은 기존 19%에서 2021년 11.6%로 떨어졌다.

빈곤선은 해당 국가에서 적절한 생활을 하기 위한 최소 소득 수준이다. 식료품 바우처나 주택 공공부조 등 사회복지 혜택을 포함해 측정할 경우 이 비율은 7.8%까지 낮아진다.

최근 출간된 <미국에 의한 빈곤>은 이 수치가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책은 “왜 가난한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지” 의문을 던진다. 빈곤층의 참담한 현실을 묘사하며 빈곤이 지속되는 이유를 분석한다.

저자는 매튜 데스몬드 미국 프린스턴대 사회학과 교수다. 그는 수년 동안 도시 빈민들과 생활하며 쓴 <쫓겨난 사람들>로 2017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데스몬드는 가난을 개인의 탓으로 여기지 않는다. 심지어 정부 보조금 등 사회보장제도가 부족해서도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비난의 화살을 사회 전체, 그중에서도 ‘가난하지 않은’ 대다수 시민한테 돌린다. 그는 “너무 많은 사회적 요소가 빈곤층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지목한 ‘빈곤의 원흉’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아마존과 월마트 등 대기업은 노동자에게 낮은 임금을 지급하면서도,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 결성을 방해한다.

은행은 대출과 신용 제한으로 가난한 채무자들이 고리대금업계에서 돈을 빌리도록 내몰고 있다. 각종 부동산 정책은 빈곤층이 안전한 환경과 좋은 입지에서 살기 어렵게 만든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소비자들이 진보 정책을 지지하거나 노동자를 공정하게 대우하는 매장에 충분한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미국의 사회보장제도를 “밑 빠진 독”에 비유한다. 과거에 비해 많은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가 아닌, 잘 사는 사람을 위한 방향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원금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한테 돌아간다. 근로소득세액공제 등 저소득 근로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본질적으로 ‘고용주를 위한 보조금’으로 간주한다. 오히려 이러한 복지제도들로 인해 “사업체들이 더 낮은 임금을 지급하면서도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가장 필요한 개혁으로 ‘사회의식의 변화’를 꼽는다. 데스몬드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가난한 사람들의 ‘적’으로 살기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쇼핑, 주거, 투자, 기부 등 일상의 모든 분야에서 공동체 규범을 재정의해야 한다. 그제야 빈곤층들이 다른 시민들과 동등한 선택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저자한테 빈곤은 선택지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다. 그가 묘사하는 빈곤층은 기본적으로 임금이 낮은 일자리에서 일해야 하고, 낙후된 지역에 거주하며, 금리가 높은 대출 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빈곤층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그동안 추진돼 온 다양한 정책을 간과하고 있다. 저소득층 가정이 원할 경우 공립학교가 아닌 사립학교에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교 바우처 제도, 무보험자를 돕기 위해 제정된 건강보험개혁법 등 교육 및 의료 분야의 복지 프로그램에 대해선 간략하게만 언급하고 지나간다.

대기업 내 노조를 활성화하면 노조 가입원들끼리만 일자리를 독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았다. 노조가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정치와 경제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나, 개인의 행태에 대한 분석도 부족하다. 빈곤층 개인의 선택에 의한 높은 학업 실패율이나 마약 사용률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미국에 의한 빈곤>은 사회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저서이지, 변화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서는 아니다. 그래서 제안의 실천 가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부족하다.

저자는 빈곤 퇴치를 위한 자원은 풍부하며, 이를 더 잘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빈곤이 많은 이유가 빈곤을 줄이려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리=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이 글은 WSJ에 실린 레슬리 렌코스키의 서평(2023년 4월 17일) ‘Poverty, by America Review: Poverty Is Your Fault’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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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튜 데스몬드 지음
                                크라운 / 304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964년 미국의 36대 대통령 린든 존슨이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 후 미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빈곤선보다 낮은 비율은 기존 19%에서 2021년 11.6%로 떨어졌다.

                                빈곤선은 해당 국가에서 적절한 생활을 하기 위한 최소 소득 수준이다. 식료품 바우처나 주택 공공부조 등 사회복지 혜택을 포함해 측정할 경우 이 비율은 7.8%까지 낮아진다.

                                최근 출간된 <미국에 의한 빈곤>은 이 수치가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책은 “왜 가난한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지” 의문을 던진다. 빈곤층의 참담한 현실을 묘사하며 빈곤이 지속되는 이유를 분석한다.

                                저자는 매튜 데스몬드 미국 프린스턴대 사회학과 교수다. 그는 수년 동안 도시 빈민들과 생활하며 쓴 <쫓겨난 사람들>로 2017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데스몬드는 가난을 개인의 탓으로 여기지 않는다. 심지어 정부 보조금 등 사회보장제도가 부족해서도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비난의 화살을 사회 전체, 그중에서도 ‘가난하지 않은’ 대다수 시민한테 돌린다. 그는 “너무 많은 사회적 요소가 빈곤층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지목한 ‘빈곤의 원흉’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아마존과 월마트 등 대기업은 노동자에게 낮은 임금을 지급하면서도,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 결성을 방해한다.

                                은행은 대출과 신용 제한으로 가난한 채무자들이 고리대금업계에서 돈을 빌리도록 내몰고 있다. 각종 부동산 정책은 빈곤층이 안전한 환경과 좋은 입지에서 살기 어렵게 만든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소비자들이 진보 정책을 지지하거나 노동자를 공정하게 대우하는 매장에 충분한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미국의 사회보장제도를 “밑 빠진 독”에 비유한다. 과거에 비해 많은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가 아닌, 잘 사는 사람을 위한 방향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원금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한테 돌아간다. 근로소득세액공제 등 저소득 근로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본질적으로 ‘고용주를 위한 보조금’으로 간주한다. 오히려 이러한 복지제도들로 인해 “사업체들이 더 낮은 임금을 지급하면서도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가장 필요한 개혁으로 ‘사회의식의 변화’를 꼽는다. 데스몬드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가난한 사람들의 ‘적’으로 살기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쇼핑, 주거, 투자, 기부 등 일상의 모든 분야에서 공동체 규범을 재정의해야 한다. 그제야 빈곤층들이 다른 시민들과 동등한 선택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저자한테 빈곤은 선택지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다. 그가 묘사하는 빈곤층은 기본적으로 임금이 낮은 일자리에서 일해야 하고, 낙후된 지역에 거주하며, 금리가 높은 대출 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빈곤층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그동안 추진돼 온 다양한 정책을 간과하고 있다. 저소득층 가정이 원할 경우 공립학교가 아닌 사립학교에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교 바우처 제도, 무보험자를 돕기 위해 제정된 건강보험개혁법 등 교육 및 의료 분야의 복지 프로그램에 대해선 간략하게만 언급하고 지나간다.

                                대기업 내 노조를 활성화하면 노조 가입원들끼리만 일자리를 독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았다. 노조가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정치와 경제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나, 개인의 행태에 대한 분석도 부족하다. 빈곤층 개인의 선택에 의한 높은 학업 실패율이나 마약 사용률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미국에 의한 빈곤>은 사회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저서이지, 변화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서는 아니다. 그래서 제안의 실천 가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부족하다.

                                저자는 빈곤 퇴치를 위한 자원은 풍부하며, 이를 더 잘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빈곤이 많은 이유가 빈곤을 줄이려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리=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이 글은 WSJ에 실린 레슬리 렌코스키의 서평(2023년 4월 17일) ‘Poverty, by America Review: Poverty Is Your Fault’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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