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엔 '쥐바오' 문화가 있다. 교수가 수업 시간에 민감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말하거나, 공산당 정책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면 학생이 당국에 신고하는 문화다. 시진핑에 대한 발언은 특히 위험하다. 충칭사범대의 한 교수는 강의 도중 무심코 시진핑의 슬로건 중 표현 하나가 거칠다고 말했다가 '쥐바오를 당해' 도서관에서 일하는 직책으로 강등됐다.
강의실 지키는 감시카메라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 기자이자 중국 전문 논픽션 작가인 피터 헤슬러가 쓴 <젊은 인민의 초상>엔 그가 2020~2021년 2년 간 쓰촨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만나고 경험한 중국과 그곳의 젊은이들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헤슬러는 직접 쥐바오를 당한 경험을 털어놓는다. 수업 시간 한 학생의 에세이 초안에 남긴 코멘트가 문제가 됐다. 헤슬러는 정부의 공식 정보가 개인 정보보다 항상 더 빠르고 정확하다고 쓴 학생의 글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미디어의 역할 중 하나는 정부가 숨기고 싶어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해 보도하는 것입니다. 공식 정보가 항상 정확하거나 시의적절하진 않습니다."
강의실엔 항상 감시카메라가 있었다. 작동 여부를 알 순 없었지만 카메라의 존재 자체가 강의실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것은 분명했다. 수업 시간엔 누군가 본인이 하는 말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제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강의실 뿐만이 아니다. 부서 미팅을 하는 방 천장에도 카메라가 있었고,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캠퍼스 정류장 기둥 꼭대기에도 흰색 감시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저자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주의를 체험하며 자란 1990년대 학번과 시진핑 집권기 2020년대 학번을 비교한다. 헤슬러는 1996년 미국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쓰촨의 한 사범대에서 2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 뒤 미국과 이집트 특파원 등을 거쳐 20여 년만에 다시 중국에 돌아왔다. 그는 돌아와 만난 2020년대 학번 학생들을 '시진핑 세대'라고 부른다.
시진핑 세대는 이중적이다. 이전 세대보다 훨씬 열려 있으면서 동시에 폐쇄적이다. 중국 젊은이 중엔 '소분홍'(샤오펀훙)이라고 불리는 집단이 있다. 광적인 친공산당 성향으로, 소셜미디어 등에서 애국심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이들을 공격하는 무리다. 대학 캠퍼스 내에서 교수들을 상대로 쥐바오를 하는 주체가 바로 이들이다.
반면에 과거보다 독립적인 학생도 많아졌다.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정부가 차단하는 바깥 세상의 자료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 영향이다. 풍부한 해외 경험을 가진 젊은이들도 많고, 조악한 선전을 믿기엔 다들 세련돼졌다. 수업 시간에 민감한 주제를 제시하면 20년 전의 학생들은 모두 조용하게 고개를 떨궜지만, 이젠 손을 들고 의견을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했단 설명이다.
팬데믹 동안 청년 자살 급증
헤슬러가 중국을 관찰한 범위는 대학 캠퍼스 내로 제한되지 않는다. 그는 중국에서 지내는 동안 쌍둥이 자녀를 현지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해당 학교의 유일한 외국인 학생이었다.
중국 학부모들은 밤이고 낮이고 위챗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자녀 교육에 열을 올렸다. 자녀를 잘 교육시켜 가난에서 탈출하고자 발버둥 치던 때는 확실히 지났지만, 저자는 중국의 중산층 학부모들을 바라보며 "열심히 일하고 아이들을 다그치는 모습엔 어딘가 절박한 데가 남아 있다"고 묘사한다. 이들은 여전히 자녀 세대가 더 나은 무언가를 누리길 원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중국 정부의 통제와 사람들의 일상도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저자는 아침마다 체온과 매일매일의 동선을 제출해야 했다. "우한에서 온 사람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보고하는 건 필수였다. 당시 15~35세 젊은이들 사이에선 자살이 가장 큰 사망 원인이었다. 팬데믹으로 인한 고립이 많은 젊은이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그러나 당은 관련 뉴스를 삭제하기 바빴다.
헤슬러는 책에서 시진핑 세대와 중국의 미래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그저 관찰하고 보여줄 뿐이다. 그는 책에서 자기 세대에 대한 인상을 묻는 한 젊은 여학생에게 이렇게 답한다. "어쩌면 (당신들은) 시스템을 바꿀 방법을 찾아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저 시스템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낼지도 모릅니다." 이어 저자는 자신을 둘러싸고 앉은 시진핑 세대에게, 그리고 독자에게 직접 묻는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